서울 중구 약수동을 걷다 보면 2명씩 짝을 이룬 사람들이 골목을 청소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들은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봉투에 담기도 하고 공원 화단에 아무렇게나 자란 잡초를 뽑기도 한다.
평범한 듯 달라 보이는 이들 중 한 명은 발달장애인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발달장애인을 돕는 근로지원인이다.
중구(구청장 서양호)는 지난해 1월부터 전국 최초로 동(洞)정부과를 신설하고, 주민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구청 업무를 동에다 이관했다.
여기에 주민들의 참여로 결정되는 예산 편성권까지 부여해 주민이 중심이 되는 마을 단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약수동에서 만날 수 있는 발달장애인과 근로 지원인 2인 1조의 조합은 바로 중구의 이러한 동 정부 사업에 기인한다.
아이디어는 주민 이모 씨(약수동, 53세)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지난해 주민참여 동정부 예산편성 시 발달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 사업을 제안했다.
자녀가 장애를 앓고 있다는 이 씨는 "복지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장애인의 취업 장벽은 여전히 높다. 요즘같이 일반인도 힘든 취업난에야 말할 것도 없다.
더군다나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분야는 범위가 한정돼 있다. 옆에서 케어가 필요한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설 자리가 없다"며 사업 제안 취지를 설명했다.
이 씨의 제안은 지난해 주민총회에서 주민들의 다득표로 실제 사업 '자활을 꿈꾸는 공원가꾸미'로 연결됐다. 마을이 그들을 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민·관의 생각이 일치한 결과다.
구는 사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3월 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역본부와 업무협약을 체결,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추진을 위한 상호협력 관계를 맺었다. 단순한 일자리 사업과는 달리 그들에 대한 이해가 수반돼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채용공고와 직무·안전 교육을 거쳐 올해 6월 발달장애인과 근로지원인을 일대일로 매칭한 착한 사회적 일자리 '자활을 꿈꾸는 공원가꾸미' 10개 조가 드디어 발족했다.
서울시 최초 발달장애인 일자리 사업 운영이다. 구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언어학습기능을 탑재한 보조공학기기를 증정하는 등 이들이 일자리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발달장애인들은 주5일, 하루 4시간씩 근무를 하며 마을 환경을 정비한다. 주로 공원과 골목 등지의 쓰레기 수거, 공공화장실 청결 유지, 화단 가꾸기 등이다.
근로지원인은 이들을 일대일로 마크하며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작업 활동을 지원하며 만에 있을 돌발행동도 제지한다.
이로 인해 발달 장애인들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경제활동과 사회참여의 기회를 얻고, 그 가족들은 돌봄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약수동 주민센터 담당자는 "이번 사업은 일자리라는 경제 활동이 곧 돌봄 기능을 하는 새로운 사회적 일자리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취임 이후 추진한 동정부 사업이 하나둘 빛을 발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서 보듯 건강한 주민자치는 마을 구성원을 위한 선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앞으로도 구민 여러분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정책 발굴에 힘쓰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