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끝이 보이지 않는 위기의 터널에 갇힌 소상공인을 옥죄는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합리적인 제도개선을 더해 서울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다시 한번 나선다. 아울러 약자와 청년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올해의 최대 화두로 ‘규제철폐’를 제시하고 본격적인 작업을 가동한지 60일째를 맞은 서울시가 이번엔 소상공인 위기 극복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규제철폐 등 10건의 추가 과제를 내놨다.
시는 지난 1월 3일 발표한 규제철폐 1호를 시작으로 이번에 추가된 10건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63개의 규제철폐안을 발표했다. 매일 1건 이상의 규제를 발굴한 셈이다.
<(54~58호) 신용보증 제한‧임대 계약시 과도한 규제 완화 등 소상공인 체감 규제철폐>
먼저 이번에 추가 발표한 규제철폐안 중 54~58호는 지난달 13일, 23개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규제철폐보고회 내용 중 전문가 심의위원회가 검토 후 선정한 것들이다.
보고회에서는 민생 활력과 경제적 부담완화, 시민 불편사항 개선을 중심으로 민생‧경제, 주택‧시설, 문화‧관광, 보건‧복지 4개 분야 160건의 규제철폐과제가 제시됐다.
규제철폐안 54호는 <타 시도 보증기업 보증 제한 완화>다. 말 그대로 타 시도 신용보증재단에 보증잔액이 있어도 총 지원한도 내에서 신규로 추가 보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보증한도가 5천만 원이고 타 시도 이용 금액이 1천만 원이라면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4천만 원을 신규로 보증지원 해준다.
그동안 한정된 보증재원으로 더 많은 기업이 지원받도록 ‘신용보증규정’상 타 지역재단을 이용 중인 기업을 중복 보증 제한기업으로 정의해왔다. 재단은 오는 6월 이사회 의결을 거쳐 ‘신용보증규정’을 개정 예정이다.
이번 보증 제한 규제철폐로 보증 재원 분배의 효율성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서울로 사업장을 이전하거나 여러 지역에서 사업장을 운영 중인 기업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규제철폐안 55호는 <서울신용보증재단 계약서류 간소화>다. 민간기업과 계약시 필수적으로 요구했던 청렴계약 이행 서약서, 근로자권리보호 이행 서약서 등 7종의 서류를 ‘계약이행통합 서약서’ 단 1종으로 줄이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한 비대면 전자 제출 방식도 확대 도입해 기업의 편의도 높인다.
재단은 지난해 11월 서류간소화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기업의 높은 만족도를 반영해 올해 2월부터 본격 적용 중이다. 올해 7월부터는 제출방식을 대면 실물 제출에서 비대면 전자 제출로 전환해 기업 편의를 높인다.
규제철폐안 56호는 <가락시장·강서시장 임대 소상공인 보증금 납부 방식 개선>이다. 현재 시장 내 점포 임대 계약시 소액 수의계약(현금 100%), 고액 수의계약(현금 70% 이상), 입찰계약(현금 20% 이상) 등 임대 방법에 따라 보증금의 20~100%를 현금으로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특정 조건 충족시에만 일부 보증보험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현재 가락·강서시장 임대시설 총 2,092개 중 96.4%가 2억원 이하 소액 수의계약 상태로 소상공인 대부분이 보증금 전액을 현금으로 납부하고 있어 부담이 컸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이 규제를 대대적으로 철폐, 임대계약 방법에 관계없이 보증금의 10% 이상만 현금으로 납부하면 임대계약이 가능하고 나머지 금액은 보증보험으로 대체하도록 개선한다. 올해 3월까지 관련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임대 방법 | 현행 (현금 납부 비율) | 개선 후 (현금 납부 비율) |
입찰 계약 | 20% 이상 | 10% 이상 |
고액 수의계약 (2억 이상) | 70% 이상 | 10% 이상 |
소액 수의계약 (2억 미만) | 100% | 10% 이상 |
이번 보증금 현금 납부 비율 조정으로 가락‧강서시장 내 1,500여 명의 소상공인의 임대보증금 총 324억 원 중 최대 259억 원이 보증보험으로 대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의 사업 초기 금융 부담 감소와 영업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규제철폐안 57호는 <서울가족플라자 임대매장 운영 계약조건 개선>이다. 그동안 서울가족플라자 내 먹거리 등 소규모 매장 운영자 선정시 투명성과 객관성을 위해 운영자에게 메뉴·판매가격 사전협의, 매장 운영계획·운영 실적 등 다양한 서류제출을 요구해 소상공인의 불편이 있었다.
이에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소규모 매장 운영자 선정시 법에 어긋나지 않는 수준에서 자율적인 운영 권한을 부여해 영업 부담을 다각도로 덜어준다는 계획이다.
시 산하 투출기관이 제안해 채택된 마지막 규제철폐안 58호는 연체요율 하향, 상가업종 전환 신고제 도입, 통합임대상가 부분 해지 허용 등 3개 내용을 담은 <서울지하철 상가 운영 규제개선>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임차인간담회와 ‘지하철 상가 운영 규제개선안’을 마련, 4월부터 적용한다.
(연체요율 하향) 온라인쇼핑 활성화로 지하철 상가 매출은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임대료 연체요율로 이중고를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기존 10% 내외의 연체 요율을 현재 상법상 법정 이율인 6%로 하향 조정한다.
(업종전환 신고제) 현재 지하철 상가는 입찰 당시 업종으로만 운영을 제한하고 있으며 상가영업 무질서와 무단전대 가능성 차단을 위해 공사 승인시에만 업종 전환이 가능했다. 이번 신고제 도입으로 신속하고 유연한 업종 변경이 가능해져 매출 증대와 상가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임대상가 부분해지 허용) 그동안 다수상가를 통합해 임대차 계약을 일괄적으로 체결하면 한꺼번에 갱신과 해지를 해야하던 규제를 10%까지 부분 계약 해지가 가능하도록 바꾼다. 매출 부진에도 통합계약이라는 이유로 임대료를 계속 납부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과거 40개소를 일괄 임차한 브랜드 전문상가가 계약 갱신 기간에 매출부진 3개소에 대한 부분 해지를 요청했으나, 규정상 불가능했던 사례가 있었다.
<(59~61호) 옥외 광고물 제작 및 설치 제한 완화 등 소상공인 및 관련산업 발전 지원>
다음으로 소상공인의 영업활동을 가로막던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 자율성과 다양성을 부여하는 것이 규제철폐안 59호~61호 내용이다.
먼저 규제철폐안 59호는 <옥외광고물 적색류, 흑색류 사용 제한 폐지>다. 현행 조례상 간판 바탕색은 적색류와 흑색류 사용을 50%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데 ‘적색류’, ‘흑색류’라는 불명확한 색채 기준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산업계 의견과 자영업자의 자유로운 홍보를 막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서울시는 서울시의회와 협의를 거쳐 ‘옥외광고물 조례’ 개정을 추진한다. 조례 개정을 통해 불분명한 색채 제한 조항을 전면 삭제해 색채 선택에 대한 산업계와 소상공인의 자율성을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다양한 시각적 표현을 통해 도시 경관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광고 산업의 창의적 발전도 기대한다고 시는 덧붙였다.
규제철폐안 60호는 <공공시설물 이용 광고물 규제 개선>이다. 현행 조례상 미디어폴이라 불리는 가로(街路) 영상문화시설은 ‘디자인 서울 거리 조성사업’ 시에만 설치가능해 일부 자치구만 활용할 수 있었다.
시는 특정 사업에 한정된 단서 조항을 삭제해 모든 자치구에서 미디어폴을 통해 시민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제를 철폐했다.
다음으로 규제철폐안 61호는 산업통상자원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효과가 입증된 <창문 이용 광고물 규제 완화>다. 현행 조례상 창문 이용 전광류 등은 상업지역 1층에만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개정해 상업지역은 물론 전용‧일반 주거지역 내 2층 이하 설치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규제샌드박스는 디지털 전환과 산업 혁신을 촉진하는 제도다. 시는 관련 정책에 적극협력해 디지털 옥외광고의 실증과 제도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번 규제철폐로 종이 광고물 감소를 통한 환경 보호와 실시간 정보 제공, 도시 미관 개선이라는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민간기업의 혁신적 시도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광고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62~63호) 시각장애인 안마 서비스 연장 조건 삭제, 청년통장 지역 할당 선발 방식 개선>
약자를 보듬은 규제철폐안도 내놨다. 규제철폐안 62호는 <시각장애인 안마서비스 지원기간 연장 대상자 확대>다. 상반기 중 ‘서울시 지역 사회서비스 투자사업 제공기관 운영 안내 지침’을 개정해 ‘희귀난치성 질환자’로 한정됐던 안마 서비스 연장 조건을 삭제한다.
시각장애인 안마서비스는 ‘의료법’에 따른 안마사가 주 1회(회당60분) 최대 12개월 안마서비스를 제공하며, 대상자 중 ‘희귀난치성 질환자’만 1회(12개월)에 한해 연장이 가능했다.
이런 이유로 지속적인 안마서비스가 필요함에도 연장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시민들의 어려움이 발생하는 반면 연장 기준인 ‘희귀난치성 질환’에 부합하는 시민은 많지 않아 일부 자치구의 서비스 제공기관은 이용자 감소로 폐업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규제철폐로 자치구는 재정 상황과 대기자 현황에 따라 연장 대상을 자율적으로 선정해 더 많은 시민에게 안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상반기 중 보건복지부에 승인 요청 후, 하반기부터 시행 계획이다.
마지막 규제철폐 63호는 미래 서울 주축 청년을 위한 투자인 <희망두배 청년통장 참여자 선정 방식 변경>이다. 그동안은 자치구별로 인원을 배정해 참여자를 선정했는데 올해부터는 시가 총괄적으로 대상자를 선발해 공정성을 높인다.
희망두배 청년통장’은 일하는 청년이 매월 15만 원씩 2년~3년간 꾸준히 저축하면 시 예산과 민간 재원으로 참여자 저축액의 100%를 추가로 적립해 주는 자산 형성 지원사업이다.
실제로 지난해 최저경쟁률 1.4대 1을 기록한 자치구의 합격선은 44점인 반면 최고경쟁률 3.43대1의 자치구는 합격선이 81점까지 치솟아 형편이 어려운 청년이 고득점에도 불구하고 탈락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올해부터는 시가 신청자 소득수준 등을 전반적으로 평가하고 총괄적으로 선발해 취약계층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의무복무 제대 청년은 군 복무 기간만큼 최대 3년까지 연령을 추가해 공정성을 높인다.
<국민경제와 불편 완화위해 중앙정부에 제도개선도 적극 건의… 3월 중 5건 우선 요청>
아울러 서울시는 규제철폐안 발굴 및 가동 외에도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거나 전국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불편 사항 완화를 위해 중앙부처에 제도개선을 적극 건의하기로 했다. 우선 3월 중 5건을 소관 중앙부처로 건의하고 개선 시까지 소관 부처와 적극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① 먼저 현행 ‘공원녹지법상’ 도시자연공원구역 내에 풍수해 예방을 위한 저류조 등 방재시설을 시·도지사가 직접 설치할 수 있도록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행위 제한 규정 개선’ 관련 법령 개정을 건의한다.
현행 「공원녹지법」은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건축물의 건축, 공작물 설치 등의 행위를 제한하며, 방재공원의 범위를 ‘구호 및 대피공간’으로 한정하고 있다. 최근 집중호우 등 기후재난으로 도심 내 침수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관련 법령 개정을 건의해 선제적 풍수해 예방을 위한 ‘치수방재공원’ 도입을 전국 최초로 추진한다.
② 현재 연예인, 배우, 공연자 중심의 외국인 E-6(예술흥행) 비자를 유튜버, SNS 인플루언서 등 1인 미디어 창작자(크리에이터)까지 확대하는 ‘크리에이터의 비자 요건 완화’ 건의도 한다.
현재 외국인 크리에이터는 관광 또는 방문비자로 입국 후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글로벌 영향력이 있는 외국인 크리에이터가 안정적으로 국내에서 활동하도록 비자 제도를 개선해 K-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③ 자동차 무보험 운행, 무단 방치시 부과하는 범칙금을 사회‧경제적 약자에 한해 일시납에서 분할납부로 바꾸는 법령 개정도 국토교통부에 건의한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기한 내 범칙금을 납부하지 못해 형사처벌을 받는 상황 등을 막겠다는 의도다.
④ ‘건설기계 소유법인의 등록사항 신고 의무 완화’다. 현재 소재지나 상호 변경 시 대법원(법인 등기부 등본)과 국세청(사업자등록 정보), 행정청(건설기계등록사항 변경신고)에 각각 신고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특히 행정청 신고 누락시엔 과태료도 부과됐다. 절차 간소화를 위해 대법원과 국세청에만 신고하면 행정청까지 완료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관련 법령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다.
⑤ 시민편의를 위한 ‘상수원보호구역 내 공중화장실 설치 제한 규제 완화’가 마지막 개선 건의 사항이다. 현행 수도법과 같은 법 시행령에 명시되지 않은 상수원보호구역 내 공중화장실 설치 가능 여부에 대한 명확한 법적근거 마련이 주요 내용이다.
현재 상수도보호구역 내 건축물 등 설치는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공익상 필요 건축물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허가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시는 연간 1,700만 명이 이용하는 한강공원의 공중화장실 부족으로 상수원 오염 우려가 있어 상수원 보호를 위해서도 공중화장실 설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현장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적인 규제와 불합리한 절차를 면밀하게 점검하고 개선해, 시민 일상 속 불편을 줄이도록 노력하겠다”며 “자체적으로 개선 가능한 것은 신속하게 해결하고, 중앙정부 소관은 적극적인 법령 개정을 건의해 시민들의 생활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