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025년 3월 24일 수사기관에서 발달장애인들을 조사하면서 장애여부 확인과 조력 필요성 고지가 미흡했던 내용의 진정사건 2건과 관련하여, ◆◆경찰서장과 ○○○○경찰서장 등에게, 소속 경찰관들인 피진정인들에 대한 주의조치를 하도록 권고했다.
- 사건 1 -
◆◆경찰서의 ‘발달장애인 전담사법경찰관’인 경찰관 A는 △△구치소를 방문하여 발달장애인인 C(피해자)를 대면조사하면서, C에게 장애인의 신뢰관계인 동석 권리 등을 알려주지 않고 조사했다.
또한, ○○경찰서 소속 경찰관 B는 △△구치소를 방문하여 발달장애인인 C(피해자)를 대면조사하면서, C에게 장애인의 신뢰관계인 동석 권리 등을 알려주지 않고 조사했다.
위 사건 1의 경찰관 A는 발달장애인 전담 사법경찰관이면서도, 피해자가 스스로 장애인임을 알리지 않았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보이지 않았으며 일반적인 형사 피의자의 권리를 잘 이해하고 있어 신뢰관계인 동석 규정 등 고지해야 한다는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경찰관 B는 A와 유사하게 피해자가 의사소통에 전혀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는 점을 주장하는 한편, 교정시설 수사 접견 시에는 발달장애인 여부를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출력되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도 접속할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인권위는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소위원회 위원장: 남규선 상임위원)에서 다음과 같은 근거에 따라 경찰관 A와 B가「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 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3호의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여 장애인 차별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경찰 인권 보호 규칙」에 따라, 사법기관은 사건관계인에 대하여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하고, 경찰관이 장애인을 상대로 조사할 때에는 장애 유형에 적합한 조사방법을 선택ㆍ실시해야 하며, 피조사자의 장애 여부 및 유형 등을 확인할 의무는 조사자에게 있다.
인권위는 수사 담당자가 그와 같은 의무를 소홀히 하여 수사 대상자의 장애 여부 및 장애에 따른 조력 필요성 등을 섣불리 단정하였다가는 장애인에 대한 권리 보호가 취약해질 수 있으므로 경찰관 A의 주장을 정당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형사·사법 절차상 발달장애인에 대한 권리보장이 조사 장소에 따라 다르게 이루어져야 하며, 교정시설 수사 접견 시 피해자에 대한 권리보장이 미비하였던 점을 정당화할 수 없으므로 경찰관 B의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고 보았다.
- 사건 2 -
□□경찰서 소속 경찰관 D는 △△구치소를 방문하여 발달장애인인 E(피해자)를 대면조사하기에 앞서, E의 장애인복지카드 사본이 이미 선행조사 경찰서에 제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D가 E에게 장애인의 신뢰관계인 동석 권리 등을 알려주지 않고 조사했다.
위 사건 2의 경찰관 D는 피해자 E가 발달장애인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으며, 심지어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할 때 피해자에게 “발달장애인인지” 묻자 피해자가 “발달장애인이 아니다”라고 답했고, 또 피해자의 외모는 큰 키에 건장한 사람으로,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에서 아래와 같은 사유로 경찰관 D가 피해자 E에게 형사·사법 절차상 정당한 편의 제공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찰관 D가 피해자 E에 대한 수사를 실시하기에 앞서, 피해자 E의 장애인복지카드 사본이 사건기록에 편철되어 있었으므로, 경찰관 D로서는 작성된 수사기록을 주의 깊게 살펴 이를 수사과정에서 이용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 이는 경찰관 D가 수사 담당자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부족함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해당 진정사건의 조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 E에게 “본인이 발달장애인인가?”라고 물었을 때는 “발달장애인이 아니다”라고 하였으나, 동시에 “본인은 중학교때 등록된 지적장애인이다.”라고 답한 사실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위 사건 1과 2의 경우와 같이 일부 수사기관에서 피조사자의 장애가 외관상 드러나지 않았다거나 수사 과정에서 의사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장애 여부를 단정해 버릴 위험이 있다. 하지만 경찰 조사 시에는 피조사자가 발달장애가 있어도 외견상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어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 진행한다면 장애인 권리를 더욱 두텁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