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박물관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한옥에서 야간 체험을 즐기는 등 서울의 문화시설을 밤에도 만날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시립 박물관, 전통문화공간 등의 야간 개방을 확대하고 시설별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서울 컬처나잇’을 본격 추진한다.
기존 금요일 중심으로 운영해 온 문화시설 야간 개방을 주 5일까지 확대하고, 단순히 운영시간을 연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요가·명상과 야간 러닝, 역사기행, 방탈출 등 낮과는 다른 문화 경험을 제공한다. 문화시설을 전시 관람 공간에서 시민들이 저녁에도 머물며 여가를 즐기는 일상 속 야간 문화공간으로 확장한다는 취지다.
‘서울 컬처나잇’은 서울시가 지난 8월 20일 발표한 ‘24시간 활력경제도시 서울’의 문화 분야 실행전략이다. 시민에게는 늦은 시간에도 문화와 여가를 누릴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고, 서울을 찾은 관광객에게는 낮과 다른 도시의 매력을 경험할 기회를 넓혀 활력 있는 서울의 밤을 만들어 나간다는 구상이다.
< 금요일에서 주 5일로…주요 시립 문화시설 밤 9시까지 야간개방 확대 >
서울시는 9월 15일부터 11월 30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과 서울공예박물관, 한성백제박물관, 운현궁 등 주요 시립 문화시설의 야간개방을 확대한다. 시설별 휴관일과 운영 상황 등을 고려해 화·수·금·토·일요일, 주 5일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주요 야간 개방 확대 시설은 ▴서울역사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한성백제박물관 ▴운현궁 ▴남산골한옥마을 ▴세종·충무공이야기 등이다. 그동안 금요일을 중심으로 운영해 온 야간 개방을 주중과 주말까지 넓혀 직장인과 가족, 관광객 등이 일정에 맞춰 보다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한다.
개방 범위는 시설의 특성과 운영 여건에 따라 정한다. 서울공예박물관은 전시1동과 안내동, 서울역사박물관은 본관의 기획전시실과 상설전시실, 도시모형영상관, 서울역사자료실을 개방한다. 한성백제박물관은 본관의 기획전시실 및 정보자료실을, 세종·충무공이야기는 전시관을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도서관과 미술관도 야간 프로그램을 연계하거나 개방 범위를 시범적으로 확대한다. 서울도서관은 기존처럼 화~금요일 자료실을 오후 9시까지 운영하고, 금~일요일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운영하는 서울야외도서관과 작가 초청 강연 등 야간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연계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9월 22일·23일·29일·30일 총 4차례 미술관 카페 (SeMA 카페)를 오후 9시까지 시범 개방하고 야간 이용 수요와 운영 효과를 살펴본다.
< 전시 관람은 물론 요가·러닝부터 역사기행·방탈출까지…낮과 다른 문화의 밤 >
야간 개방 시간에는 각 시설의 공간과 콘텐츠를 활용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기존 프로그램의 운영시간을 저녁까지 확대하고, 운동과 휴식, 독서, 공연, 체험 등을 결합한 야간 특화 프로그램도 새롭게 선보인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학예사가 기획전시의 주요 내용과 전시품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시야화(夜話)’를 운영한다. 밤의 박물관에서 전시 관람과 체험을 함께 즐기며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보는 가족 프로그램 ‘한밤의 역사기행’도 마련한다.
‘전시야화(夜話)’는 11월 6일(금)까지 매주 수요일 또는 금요일 저녁 7시에 진행되며, 기획전시 《서울 도시계획 대관람》과 《여민공수》의 해설을 만나볼 수 있다.
초등학생 동반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한밤의 역사기행’ 겨울학기는 11월 6일(금)부터 27일(금)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7시부터 8시 40분까지 운영된다.
서울공예박물관은 공예마당과 옥상 등 야외공간을 활용해 요가와 명상, 러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9월 19일(토)부터 10월 14일(수)까지 총 6회 진행되는 ‘공예의 밤, 요가×명상’에서는 참가자들이 헤드셋을 착용하고 싱잉볼과 가야금, 핸드팬 등의 소리에 맞춰 몸과 마음을 재충전한다.
10월 9일(금)부터 11월 6일(금)까지 매주 금요일에는 박물관을 출발해 북촌과 도심 곳곳을 달리는 ‘뮤지엄 나이트 런’을 선보인다. 도심의 건축물과 공예 유적지를 살펴보는 역사 탐방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을밤의 서울을 만난다.
그 외에도 ‘나전함, 공예를 담다’와‘밤의 작업실’ 등 공예 작품을 직접 만들어보는 야간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된다.
한성백제박물관에서는 기존 교육 프로그램 일부를 저녁 시간대로 확대하고 야간 특화 프로그램을 더한다. 몽촌토성과 박물관을 둘러보는 ‘백제왕도 달빛기행’, 백제의 악기를 배우고 연주하는 ‘피리 부는 백제 꼬마 악사’, 정보자료실에서 고전을 필사하는 ‘달빛서가’, 학예사와 함께하는 야간 전시해설 ‘갤러리 톡talk 톡talk’ 등을 운영한다.
‘피리 부는 백제 꼬마 악사’는 10월 2일(금), 16일(금) 진행되며,‘갤러리 톡 톡’은 테마전시 <백제의 토기>를 주제로 9월 30일·10월 2일·7일·14일·16일 저녁 7시에 진행된다.
주말 저녁에는 관람객이 전시실 곳곳의 문제를 풀어보는‘박물관 미션 탐방’을 진행한다. 10월부터는 특별 공연 및 야간 특화 행사도 월 1~2회 선보일 계획이다.
전통문화공간에서는 가을밤의 정취를 살린 체험이 펼쳐진다. 운현궁에서는 공간의 역사성을 살린 야간 공연과 고즈넉한 한옥의 밤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콘텐츠가 운영될 예정이다. 남산골한옥마을에서는 전통가옥과 정원을 배경으로 곳곳에 숨은 단서를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야간 방탈출’ 프로그램이 9월 28일부터 진행된다.
광화문광장 지하에 위치한 세종·충무공이야기도 오후 9시까지 전시관을 개방한다. 세종대왕의 민본사상과 한글, 이순신 장군의 생애를 다룬 상설전시와 디지털 탁본, 거북선 승선 등 여러 체험 콘텐츠를 저녁 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다.
시설별 야간 프로그램의 세부 일정과 참여 방법은 각 기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전 예약이 필요한 프로그램은 기관 누리집 또는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시스템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 축제·공연 연계한 이색 야간 콘텐츠 확대…서울의 역사·문화 야간 답사도 >
시는 문화시설 야간 개방과 함께 축제와 공연,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이색 야간 콘텐츠도 지속해서 개발한다. 기존 행사를 저녁 시간대에 맞게 재구성하고, 평소 접하기 어려운 공간과 체험을 개방해 시민과 관광객이 계절과 장소에 따라 색다른 서울의 밤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올겨울 <2026 서울윈터페스티벌>에서는 계절적 특성을 살린 이색 야간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심박수를 측정해 ‘가장 푹 잠든 사람’을 뽑는 ‘겨울잠자기 대회’를 확대 개최하고, 뚝섬한강공원에서는 한강의 겨울 야경을 바라보며 체험하는 야외 사우나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세종문화회관에서는 공연장 안팎을 색다르게 경험하는 ‘백스테이지 투어’를 야간으로 확대한다. 10월부터 12월까지 총 4회 야간 투어가 마련되며,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과 감사의 정원을 거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로비와 객석, 무대 뒤 공간을 둘러보며 공간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다.
서울문화재단은 공연 관람 전후까지 대학로에 머물며 즐기는 체류형 문화 캠페인 ‘대-락(樂)로’를 8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한다. 그중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부터 음악·토크·영화·퍼포먼스 등을 결합한 야간 프로그램 ‘애프터시어터’를 통해 공연이 끝난 후에도 관객들이 감상과 여운을 나누며 대학로의 밤을 즐길 수 있게 한다.
서울의 역사·문화를 밤길을 걸으며 만나보는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밤에 즐기는 서울 문화유산 산책’은 해설사와 함께 정동·낙산 등 서울의 문화유산 일대를 걸어보는 답사 프로그램으로, 9~10월 저녁 시간대에 운영한다. ‘서울미래유산’을 중심으로 한 야간 답사도 올해 시범 운영하고, 내년부터 정기 운영을 추진한다.
< 문화공간 활용 ‘낭만 야간예식’도…지역 활성화로 이어지는 문화 생태계 조성 >
문화시설을 시민의 특별한 순간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시립 박물관과 전통문화공간 등 문화시설의 야외마당과 로비, 전통가옥 등을 활용해 각 공간의 건축과 경관을 살린 차별화된 야간예식 장소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문화시설 야간예식은 작품과 유물의 안전, 기존 이용 동선 등을 고려해 가능한 공간과 운영 횟수, 수용 인원을 정한다. 대규모·고비용 예식보다는 공간의 특색을 살린 소규모 예식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작지만 특별한 결혼식을 원하는 예비부부, 리마인드 웨딩으로 새로운 추억을 남기려는 부부들에게 색다른 선택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는 올해 야간개방 기간 동안 시설별 방문객 수와 프로그램 참여율, 시민 만족도, 시설관리와 안전·인력 운영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야간 운영 범위와 특화 콘텐츠를 보완하고, 시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야간 문화공간을 확대해 나간다.
문화시설 방문이 인근 음식점과 카페, 공연장 등 주변 지역의 이용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지역사회와의 연계도 강화한다. 문화시설을 중심으로 시민의 저녁 문화생활을 넓히고 서울의 밤에 새로운 활력을 더한다는 계획이다.
민수홍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서울 컬처나잇’은 문화시설의 문을 늦게까지 여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민들이 퇴근 후에도 문화와 휴식, 다양한 체험을 일상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라며 “낮과는 다른 문화공간의 매력을 발견하고, 서울의 밤을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야간 특화 콘텐츠를 지속해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