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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하벤과 독의 나무] -2화-



베스모 학교에는 커다란 텃밭이 하나 있었다. 그곳은 아이들의 놀이터 같은 곳이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막 자란 싹을 관찰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일을 가장 잘하는 사람은 헤츠와 세네카라는 이름의 두 소녀였다.

​"헤츠, 저리 가!"

​세네카가 기겁을 하고 소리쳤다. 헤츠가 귀여운 싹 하나를 실수로 밟은 것이다.

​헤츠가 놀라 비명을 질렀다.

​"오, 불쌍한 아기 싹!" 세네카가 울면서 달려왔다.

​이 두 소녀는 매우 감성적인 구석이 있었다.

​두 소녀는 싹을 살리려고 애쓰면서 끊임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베스모 선생님께서 새로운 아이를 데리고 오신대."

​"새로운 아이라구? 이 학교엔 이미 아이가 차고 넘쳐. 더 이상 안 와도 돼."

​헤츠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그러자 세네카는 경악을 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새로운 친구잖아, 환영해야지."

​"아, 나도 알아. 미안해. 그냥... 새로운 아이가 오면 텃밭을 나눠야 하잖아." 세네카가 웅얼거렸다.

"나도 텃밭을 나누는 건 싫어. 하지만 새로온 친구잖아." 헤츠가 미소를 지었다.

두 소녀는 어렵사리 싹을 살린 뒤, 종이 울리자 학교 건물 안으로 총총 들어갔다. 과연 헤츠의 말대로 베스모 선생님께서 새로운 남자 아이를 데리고 오셨다.

그 남자 아이는 막 울음을 그친 것처럼 보였다.

"자, 새로운 친구가 왔으니 모두 환영해주길 바라요." 베스모 선생님께서 활기차게 이야기하셨다. 아이들 모두 활기차게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남자 아이는 이에 더럭 겁을 먹은 듯 몸을 웅크릴 뿐이었다.

"새 친구의 이름은 하벤 이켈리아입니다, 여러분. 그 유명한 이켈리아 가문의 외동 아들이시죠. 모두 박수 쳐주세요, 박수!"

박수 소리가 건물 안에 울렸다. 하벤은 아랫입술을 콱 깨물었다.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입술을 깨무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하벤은 교복을 챙겨 기숙사실로 향했다. 기숙사실은 꼭대기에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지는 그런 곳일 것 같았다. 꼭대기란 원래 다 그런 법이다.

초조하게 계단을 올라가고 나니, 하벤의 기숙사실이 보였다. 자그마한 문패 하나가 걸려 있었다. 그 문패에는 '하벤 이켈리아'라고 적혀 있었다.

'이켈리아...'

하벤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메케나가 생각났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하지만 또 울 수는 없다. 아까 울었다가 어떻게 됐더라? 베스모 영감에게서 한 대 얻어맞았다. 어머니 앞에서는 그렇게 친절했던 노인이 하벤과 둘만 남게 되자 완전히 변해버렸다. 그건 정말 악마 같았다!

하벤은 기숙사실 바로 옆에 난 커다란 창문에 다가갔다. 오면서 보지 못했던 게 하나 보였다. 그것은 커다란 정원 같았다. 실은 텃밭에 불과했지만. 하벤의 눈에는 그게 꼭 자기 집 뒤에 있는 정원 같았다.

두 여자 아이가 놀고 있었다. 무슨 마법이라도 부리는 것 같았다. 하벤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화들짝 놀란 다음, 기숙사실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매주 월수금 연재됩니다.



ⓒ 최지은.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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