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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유튜브 소름채널 캡쳐화면 |
서울 서대문구의 한 무속 공간에서, 한 모녀가 세대를 넘은 영적 계승을 이뤘다. 친어머니는 무속인 서대문무당 백마장군으로, 딸은 신내림을 받은 애동제자 ‘나비선녀’로 활동 중이다. 한국 사회 속 무속의 실체와 새로운 세대의 흐름 속에서 이들의 존재는 단순한 점술가를 넘어 문화적·사회적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전통의 뿌리에서 피어난 새로운 신앙의 흐름
서대문구의 대표적인 무속인으로 알려진 서대문점집 백마장군은 수십 년간 무속의 길을 걸으며 수많은 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온 인물이다. 가정사, 사업, 건강, 진로 등 삶의 갈림길에 선 사람들이 찾아와 마음의 짐을 덜고 간 그의 신당은 단순한 점집이 아닌 ‘치유의 공간’으로 기능해왔다.
그런 백마장군의 곁에서 자란 딸 역시 결국 신의 부름을 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신기(神氣)를 느껴왔다는 딸은, 오랜 망설임 끝에 신내림을 받고 나비선녀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무속의 길에 들어섰다. 현재는 애동제자로서 신을 모시며, 신도들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무섭고 부정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어머니가 지켜온 길을 제 안에서 거부할 수 없더라고요. 신이 선택한 길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 애동제자 나비선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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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서대문점집 무당 백마장군 블로그 |
무속에 대한 오해… 그러나 여전히 살아 있는 토속신앙
현대 사회에서 ‘무속’은 종종 편견의 시선을 받는다. 허무맹랑한 미신이나 경제적 사기를 목적으로 한 점술과 동일시되곤 한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무속은 한국의 고유한 샤머니즘 신앙으로, 개인의 심리적 위안을 제공하고 공동체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해 왔다.
서울대 종교학과 이수영 교수는 “무속은 단지 예언이나 굿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결합된 생활 신앙이며, 현대적 방식으로 재해석되며 살아남고 있다”고 설명한다.
MZ세대, 무속과 ‘거리 두기’ 대신 ‘탐색’ 중
최근 흥미로운 현상은 MZ세대(밀레니얼 Z세대) 사이에서 무속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등 다양한 디지털 채널을 통해 이들은 점집 방문 후기, 신내림 체험, 사주풀이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공유하며 무속을 단순한 종교가 아닌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백마장군의 딸 나비선녀는 SNS를 통해 젊은 신도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으며, 신내림의 개인적인 과정과 영적 성장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전하면서 동세대 여성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굿이나 점을 강요하지 않아요. 진심으로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을 뿐이에요.”
– 나비선녀, 애동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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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애동제자 나비선녀 인스타그램 |
가족이자 스승, 모녀의 영적 연대
무속 세계에서 ‘애동제자’는 신내림을 받고 일정 기간 동안 정식 무당의 지도 아래 신령을 모시는 과정에 있는 사람을 뜻한다. 그 과정은 영적으로나 육체적으로도 쉽지 않지만, 백마장군은 딸이 이 길을 올바르게 걸어갈 수 있도록 신단 앞에서 지도자이자 어머니로서 전심을 다하고 있다.
백마장군은 “신이 준 인연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간다는 것에서 딸에게 든든함을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모녀의 관계는 단지 혈연을 넘어서 ‘신의 계보’로 이어지는 독특한 형태의 전승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사회 속 무속의 역할, 여전히 유효한가?
전문가들은 무속이 단순히 사라져야 할 과거의 유산이 아니며, 오히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또 다른 형태의 심리적 돌파구로 기능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가족 문제, 직업적 진로, 연애·결혼 문제 등 정서적 해소가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무속이 '현실적 조언자'로 받아 들여지는 흐름은 여전히 유효하다.
서대문무당 백마장군과 나비선녀 모녀는 무속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소통 방식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전통과 디지털, 어머니와 딸, 신과 인간. 그 사이를 잇는 이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무속을 새롭게 바라보는 창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