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 조쌍구 교수(첨단바이오공학부 줄기세포재생공학전공) 연구팀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비뇨의학교실 김수웅·조민철 교수, 원광대학교 기계공학부 이승재 교수·화학공학과 곽소정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소변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활용해 전립선암 수술 후 손상된 해면체신경을 재생시키고 발기 기능 회복을 돕는 새로운 치료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바이오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Bioactive Materials’(IF=23.6, JCR 의생명공학 분야 상위 1.9%)에 지난 9월 11일 온라인 게재됐다.
전립선암 치료를 위한 근치적 전립선절제술은 로봇수술과 신경보존술식 등 수술 기법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발기부전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환자의 약 60~70%가 수술 후 발기부전을 경험하며,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전립선 주변을 지나는 해면체신경의 손상이다.
해면체신경은 발기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으로, 수술 과정에서 손상되면 음경해면체로 전달되는 신경 신호가 약해지거나 끊길 수 있다. 문제는 신경이 회복되는 동안에도 음경해면체 조직에서 세포가 사멸하거나 조직이 딱딱하게 변하는 섬유화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신경이 뒤늦게 회복되더라도 이미 조직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난 경우에는 기존 발기부전 치료제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발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신경 회복에는 2~4년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그동안 줄기세포나 혈소판풍부혈장(platelet-rich plasma) 등을 활용한 재생치료가 시도됐지만, 대부분 음경해면체 조직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에 그쳤다. 이 때문에 발기부전의 원인이 되는 손상 신경 자체를 재생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으며, 주입된 세포가 치료 부위에 오래 머물지 못한 채로 쉽게 씻겨 나간다는 문제도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소변 유래 줄기세포, 신경성장인자, 3D 프린팅 지지체를 결합한 세포 기반 신경 재생 치료 플랫폼을 개발했다. 손상된 신경 주변에 재생을 돕는 세포를 안정적으로 고정하고, 신경성장인자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신경 회복과 주변 조직의 손상 억제를 동시에 유도하는 방식이다.
먼저 연구팀은 소변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다양한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로 만든 뒤, 여기에 신경성장인자(NGF, nerve growth factor) 유전자를 도입해 세포가 신경 재생에 필요한 성장인자를 지속적으로 분비하도록 했다. 이어 이 세포를 말초신경계 세포의 기원이 되는 신경능선세포(neural crest cell)로 분화시켰다. 신경능선세포는 신경세포뿐 아니라 신경을 감싸고 보호하는 슈반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어 말초신경 재생에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신경능선세포는 NGF 유전자를 도입하지 않은 세포보다 1000배 이상 많은 신경성장인자를 분비했으며, 신경세포와 슈반세포로 분화하는 능력도 유지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제작한 세포를 손상 부위에 안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생분해성 스캐폴드(scaffold·세포 지지체)도 개발했다. 스캐폴드는 세포가 특정 부위에 부착해 생존하고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물이다.
연구팀은 의료용 생분해성 고분자인 폴리카프로락톤(PCL)을 3D 프린팅해 격자 형태의 골격을 제작하고, 그 사이를 평균 굵기 약 200나노미터의 나노섬유막으로 채웠다. 여기에 키토산과 히알루론산을 결합한 하이드로겔을 적용해 세포가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하이드로겔은 상온에서는 액체 상태를 유지하다가 체온인 37℃에서 30분 이내에 겔 형태로 굳도록 설계됐다.
제작된 스캐폴드는 생리적 조건에서 4주간 형태와 질량을 유지했으며, 탑재된 세포는 85% 이상의 부착률을 보였다. 세포를 탑재한 스캐폴드를 체외에서 4주간 배양한 결과, 세포는 높은 생존율을 유지하면서 신경성장인자를 지속적으로 분비했다. 이를 통해 치료 부위에 세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신경 재생을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연구팀은 양측 해면체신경에 손상을 입힌 쥐 모델을 대상으로 치료 효과를 검증했다. 손상 직후 세포가 탑재된 스캐폴드를 신경 주위에 봉합 없이 감싸 고정하고, 4주 후 전기자극에 따른 발기 반응과 신경 및 조직의 회복 정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신경성장인자를 분비하도록 설계한 신경능선세포와 스캐폴드를 함께 적용한 실험군에서 발기 기능의 핵심 지표인 최대 음경해면체내압과 평균동맥압의 비율이 정상 대조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는 수준까지 회복됐다. 세포만 주입하거나 스캐폴드만 적용한 경우에도 일부 개선 효과가 나타났지만, 두 요소를 결합한 실험군에서 가장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신경 조직 분석에서도 재생 효과가 확인됐다. 손상된 해면체신경에서 신경섬유를 보호하는 수초로 감싸진 축삭의 비율이 손상군 대비 약 2배 증가했으며, 신경 재생과 수초 재형성, 슈반세포 활성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발현도 함께 증가했다. 특히 수초 재형성 지표는 세포만 주입한 실험군보다 스캐폴드를 함께 적용한 실험군에서 더 높게 나타나, 스캐폴드의 구조적 지지가 신경 재생을 촉진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신경 재생과 함께 주변 조직의 손상도 줄어들었다. 치료군에서는 음경해면체 조직의 세포 사멸이 감소하고 혈관내피세포와 평활근이 보존됐으며, 조직이 딱딱해지는 섬유화와 관련된 콜라겐 함량도 정상에 가까운 수준으로 유지됐다. 이는 손상된 신경의 회복을 촉진하는 동시에, 발기 기능을 떨어뜨리는 음경해면체 조직의 섬유화 등 구조적 변화를 억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말초신경계 세포로 직접 분화할 수 있는 신경능선세포를 3D 프린팅 지지체와 결합해 해면체신경의 재생과 발기 기능 회복을 함께 입증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 연구가 주로 중간엽줄기세포에서 분비되는 물질의 간접적인 효과를 활용했다면, 이번 연구는 신경세포와 슈반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를 직접 활용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특히 소변에서 세포를 확보할 수 있어 채혈이나 조직 채취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향후 환자 본인의 세포를 활용한 맞춤형 신경 재생 치료로 발전시킬 가능성도 제시했다.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환자의 해부학적 구조에 맞는 스캐폴드를 제작하는 방향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신경을 보존하지 않고 절제하는 비신경보존 수술 모델에서의 효과, 치료 효과의 장기 지속성, 이식 세포의 체내 분포 등을 추가로 검증해 본 기술의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여갈 계획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소변이라는 손쉬운 세포 공급원에서 말초신경 재생에 적합한 신경능선세포를 만들고, 이를 3D 프린팅 스캐폴드와 결합해 실제 기능 회복까지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신경보존술식을 시행하더라도 많은 환자들이 수술 후 발기부전으로 고통받고 있는 만큼, 손상된 신경 자체를 재생시키는 이번 치료 전략이 전립선암 수술 후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다양한 말초신경 손상 질환으로도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건국대학교 학술연구비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본 연구에는 건국대 여한철 박사(박사후연구원)와 서울의대 비뇨의학교실 배호영 교수가 공동 제1저자로, 서울의대 비뇨의학교실 조민철·김수웅 교수와 건국대 조쌍구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