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10년간 토대를 닦아온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범용디자인)’을 전면 확대한다. 사람들이 제품, 시설, 서비스 등을 이용함에 있어 연령, 성별, 장애, 국적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않고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복지를 실현한다는 계획.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통합가이드라인(’17년 수립)’이 공공‧민간에 필수적으로 적용되도록 정착시켜 나간다는 목표다. 핵심적으로 ‘21년부터 신축‧개보수하는 모든 공공건물과 시설물에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을 의무화한다. 조례개정을 통해 전국 최초로 선제적인 실행에 나선다. 공공청사, 도서관, 공원, 지하철역 등이 모두 적용 대상이다.
예컨대, 도시재생으로 마을공원을 만들 때도 적어도 하나 이상의 출입구는 계단이나 턱이 없는 평탄한 접근로를 확보한다. 또, 어르신이나 거동이 불편한 이용자를 위해 장애인용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용 화장실에도 보조 손잡이를 설치한다. 지하철역 안내 게시판은 어린이나 외국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디자인한다.
서울시는 우수 건축물‧제품에 대한 ‘유니버설디자인 인증제’를 '22년 공공분야부터 도입하고 민간까지 확대한다. 실무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 교과목에 커리큘럼 개설을 추진하고, 시가 추진하는 도시재생이나 정비사업 등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공공건축가, 마을건축가 등에 대한 교육도 시작한다.
이러한 유니버설디자인 확산의 실행 주체이자 싱크탱크 역할을 할 전담조직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센터(센터장 최령)’를 지자체 최초로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종합계획(2020~2024)」을 처음으로 수립, 단계별로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개별 사업별로 적용해왔던 유니버설디자인을 서울시 행정과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관련 정책을 통합적으로 실행한다.
시는 지난 2010년 당시 생소했던 ‘유니버설디자인’을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16년엔 「유니버설디자인 도시조성 기본 조례」를 제정했다. '17년엔 시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를 위한 법과 조례, 무장애 건물·공원 등 흩어져있던 법과 관련 지침을 총망라한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통합 가이드라인’도 개발해 적용해오고 있다.
종합계획은 ‘모두가 존중되는 사람 중심 도시’라는 비전 아래 ①공공부문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의무화 ②유니버설디자인 전담기구 설치 운영 ③성공모델 개발 축적 ④전 사회적 확대 및 제도개선, 4개 분야로 추진된다.
첫째, 시는 '17년부터 공공디자인 지침서로 운영 중인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통합 가이드라인’을 권고 수준을 넘어 '21년부터 모든 공공건축물에 의무적으로 적용한다. 대상은 서울시의 예산을 지원받는 공공건축물과 시설물, 기반시설이다. 이를 위해 연내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도시조성 기본조례」 개정을 추진한다.
공공건축물 신‧증축 시 기획‧설계 단계부터 준공까지 시가 이 가이드라인을 의무로 반영하도록 한다. 서울시 공공건축 심의나, 건축위원회 심의 시 가이드라인 내용이 설계에 반영됐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제도화했다.
시는 가이드라인 적용의 일관성‧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해 디자인정책 총괄부서, 공공건축 및 건축위원회 심의부서, 공공건축물 조성 부서가 협업하는 ‘통합 건축 TF’를 가동한다. 또 의무화에 앞서 올해부터 시민 이용이 많은 문화‧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집중 컨설팅을 지원한다.
통합 건축 TF : 공공건축물 건립 시 기획 단계부터 준공까지 부서 간 협력을 이끌어내고 유니버설디자인이 시 행정 전반에 효율적‧통합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또 다양한 사용자를 배려하기 위한 ‘건축 디자인’ 융합형 제도 기반을 확대하고,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유니버설디자인 컨설팅 지원 : 올해 32개 문화시설에 대한 컨설팅을 지원하고, 내년엔 기능보강이 필요한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추진한다. 건축물의 경우 실시설계 이후 단계에서는 구조변경 등이 어려운 만큼 단계별로 다양한 대상을 참여시킬 예정이다. 최초 기획단계에선 일반 시민참여단(10명)을 구성해 다양한 사용자의 요구를 분석한다. 기본설계 단계에선 도시·환경·공간디자인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 자문단(25명)이 현장의 물리적 여건을 고려하면서도 다양한 사용자를 배려하는 유니버설디자인 구현 방안을 제시한다.
※ 유니버설디자인 컨설팅 시 적용 요소
<출입구 안전손잡이, 인지사인>
<좌변기 안전손잡이, 휴지보관함>
<세면대 안전손잡이>
<수건보관함, 주위사인>
가이드라인 고도화 작업도 병행한다. 연말부터 관련 부서가 모두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현장 여건에 맞게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한다. 또 기존 복지시설 유형별 세부 가이드라인에 더해 문화시설, 보행‧교통시설, 교육시설 등 매년 시설 유형별로 가이드라인을 추가 개발한다.
둘째, 유니버설디자인 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서울특별시 유니버설디자인센터(센터장 최령)’를 운영한다. 주요 전담 업무는 ▴유니버설디자인 정책 실행연구 ▴공공부문 유니버설디자인 컨설팅 및 모니터링 ▴유니버설디자인 인증 지표 개발 ▴시민 대상 교육 콘텐츠 개발 및 운영이다. 10월 중 비대면 개소식을 갖는다.
센터는 지난 6월부터 운영되고 있으며 전문성 확보를 위해 건축·도시·공간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경험과 학식을 보유한 전문가로 구성됐다.
셋째, 일상생활 공간에서 유니버설디자인이 확산될 수 있도록 도시계획, 도시재생, 교통‧보행, 공원 조성 등 시 사업과 연계해 추진한다.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된 제품, 동선, 공간을 총망라해 시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 ‘UD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내에 조성한다.
도시재생 등 서울시 사업 연계 : 서울시는 '15년부터 공공가로, 공공건축물, 공개공지 등 공간 유형별로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해 모델을 조성하고, 이후 사례집을 발간해 유니버설디자인을 확산해오고 있다. '18년 G밸리(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 공공공간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사업의 경우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에 유니버설디자인 준수 사항을 포함해 추진 중이다.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주요 시책사업 설계지침에 유니버설디자인을 반영할 계획이다.
UD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 시민들이 유니버설디자인을 직접 보고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디자인재단(대표 최경란)과 협업해 현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살림터 3층에 조성 중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된 가전제품 등으로 연출한 UD홈,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동선, 태블릿으로 책을 대여하는 UD라이브러리, 다양한 사용자를 배려한 편의시설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시와 유니버설디자인센터가 연구한 정책‧사업, 인증제를 통해 개발된 제품도 선보이고, 공공디자인산업 활성화와 교류의 장으로 만들 계획.
넷째, 성별, 연령, 국적, 장애 유무 관계없이 모든 대상을 아우르는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인증제’를 '22년부터 시범운영한다. 또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 연구소 등과 협력해 대학 교과목에 커리큘럼을 개설하며, 전문가 집단 교육도 실시한다.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인증제 도입 : 올해 말까지 세부 방침을 수립하고, 내년도에 인증 대상 및 지표 연구 개발 작업을 거쳐 '22년 시범 운영에 들어가고, '23년부터 공신력 있는 유니버설디자인 인증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법적‧물리적 최소 기준을 넘어 다양한 사용자의 감성‧인지를 고려한 새로운 인증기준을 마련한다. 「장애인편의증진법」에 따른 정부의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Barrier Free)’ 등 국내외 유사 인증제 비교 분석을 통해 중복을 피하고, 각계 의견 수렴, 정책토론회 등 시민 숙의를 거쳐 기존 제도의 빈틈을 보완할 계획. 관련 산업 활성화와 유니버설디자인 저변 확대를 유도한다.
실무 전문 인력 양성 : 서울 소재 대학을 시범 선정해 건축‧디자인학과 교과목에 유니버설디자인 관련 과정 개설을 추진한다. 향후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 유니버설디자인 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초석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센터가 대학, 연구소, 기업, 협회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건축‧디자인 융합형 전문가 양성을 위한 인턴십 과정을 개발할 계획이다.
전문가 교육 : 서울시 도시환경 조성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서울시 공공건축가, 마을건축가, 공공디자이너 등 전문가들이 유니버설디자인을 현장에서 실현하도록 교육을 실시한다. 유니버설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동시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해 향후 제도 개선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한편, 현재 서울시 조례로 추진되고 있는 유니버설디자인 관련 제도가 전국적·통합적으로 구축될 수 있도록 앞으로 중앙정부 및 국회와도 긴밀하게 협력할 예정이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과거의 공공디자인이 미학적, 기능적, 합리적으로 도시를 꾸미는 일이었다면, 코로나19 이후엔 변화하는 도시 환경 내 장애 유무, 성별, 나이 등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도록 모든 시민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포용하는 디자인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에 시가 수립한 종합계획이 ‘공평한 참여와 누림’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서울시 행정 전 영역에 유니버설디자인이 효율적으로 연결‧구현되도록 부서 간 칸막이를 없애고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앞으로 서울시의 종합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해나가되 이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